엔터프라이즈 소프트웨어 시장의 무게 중심이 클라우드로 넘어가는 흐름이 가속화되고 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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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투데이 황치규 기자]기업 IT인프라 시장에서 클라우드 대세론은 점점 힘을 받고 있지만 프로젝트 현장에선 클라우드로 넘어갔는데 생각보다 얻는게 부족해 실망하거나 넘어가는 과정에서 '고생' 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이와 관련한 내용을  보도해 눈길을 끈다. FT는 기업들이 클라우드로 마이그레이션(Migration: 이주)했다가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는 원인과 대안 등에 초점이 맞춰 관련 내용을 전했다.

기업 입장에서 클라우드가 주는 커다란 매력은 클릭 한번으로 대용량 컴퓨팅 파워를 바로 추가하고 사용만 만큼 비용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 조사 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해 기업들이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에 지출하는 비용은 지난해보다 18% 증가한 305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성장 속에 내부에 구축한 IT시스템, 이른바 온프레미스(on-premise)에서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로 소프트웨어를 옮긴 기업들 중 결과에 만족하지 못하는 곳들도 상당수다. FT는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 조사 결과를 인용해 37% 기업만이 클라우드 기술로부터 기대했던 가치를 얻었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필수 기술 부족과 구형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는 데 따른 어려움이 기업들이 클라우드에서 기대했던 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클라우드는 대부분의 사업들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복잡한 IT프로젝트 유형인데, 기업들이 클라우드 도입 후 비용 절감에 대해 비현실적인 기대를 갖고 있고 IT시스템들을 클라우드에서 돌리기 위해 변경해야 하는 비용, 그리고 직원들에 대한 훈련은 과소 평가하는 상황이 컨설턴트들 사이에서 자주 목격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베인앤컴퍼니의 클라우드 컴퓨팅 파트너인 마크 브린다는 "클라우드에서 재무적인 비즈니스 실제 상황을 계산하는 것은 유난히 어렵다. 그러나 클라우드 제공 업체 웹사이트에 있는 계산기는 그것을 간단하게 보이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한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위한 예산을 잡을 때 조직들은 예상치 못한 불가피한 비용을 위해 알려진 것보다 30% 이상을 추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클라우드 프로젝트 자문 업체 앱티오의 스콧 챈셀러 최고 제품 담당 겸 CTO는 기업들이 유연하지 않으면 비용은 계속해서 서서히 올라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웹사이트 트래픽 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클라우드 컴퓨팅 자원을 늘렸는데, 트래픽이 내려간 후 사용하는 클라우드 규모를 줄이는 걸 까먹는 기업들도 있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적절한 툴이 없다면 비용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되고 비용을 추적하고 관리하기 위해 과도한 시간을 쓰기 쉽다"고 말했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하기 위해 일부 기업들은 마이크로서비스 방식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마이크로서비스는 애플리케이션을 구성하는 각각의 기능들을 별도 서비스로 구현한 것이다. 예를 들면 마이크로서비스 기반 애플리케이션에서 데이터베이스에서 고객 이름과 고객 은행 잔고를 체크하는 기능은 각각 독립적으로 돌아간다. 기능 하나가 작은 애플리케이션인 셈이다.

FT는 네덜란드 맥주 회사인 칼스버그가 클라우드로 IT시스템을 전환한 사례도 공유했다. 칼스버그는 700대 서버와 350개 애플리케이션들을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플랫폼으로 옮기면서 자사 IT시스템 일부를 최적화했다. 만만치 않은 작업이지만 2년 정도 지나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은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칼스버그 CIO인 사라 해이우드는 IT비용은 낮아졌고 다운타임(시스템이 돌아가지 않는 시간)도 줄었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클라우드 마이그레이션에서 난이도는 요구되는 클라우드 서비스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가장 간단한 것은 서비스형 인프라(IaaS)다. 기업들은 클라우드 업체에서 컴퓨팅 공간을 빌리고 거기에서 자체 소프트웨어를 운영한다. 이 같은 방식은 업계에서 애플리케이션을 그대로 들어서 옮긴다는 의미로 리프트 앤 시프트(Lift and Shift)로 통하고 있다. 그러나 리프트 앤 시프트 방식으로 클라우드 효과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시장 조사 업체 IDC의 유럽 클라우드 총괄인 카라 아렌드는 IT위치가 바뀐 것이기 때문에 리프트 앤 시프트 옵션은 고객들에게 주는 혜택이 제한적이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애플리케이션 디자인 변화 없이, 고객들은 클라우드 기술에서 기대했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없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일부 회사들은 클라우드를 위해 디자인된 새로운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를 개발하거나 기존 소프트웨어가 클라우드에서 보다 잘 돌아가도록 구조나 아키텍처를 변경하고 있다. 이렇게 하는 것은 몇년이 걸릴 수 있고, 클라우드 프로젝트에 비용을 추가하지만 성능 향상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가치가 있다고 FT는 전했다.

클라우드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기업들은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구글 CTO 오피스의 윌 그랜니스 매니징 디렉터는 기업들은, 미래 중요한 애플리케이션들을 찾아야 한다"면서 면서 "이것은 IT시스템과 기업 애플리케이션을 위해 대청소를 하는 것과 어느정도 비슷하다. 클라우드로 마이그레이션하기 전 이렇게 하는 것은, 기업들이 IT 우선순위와 전략을 분명히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구글 CTO 오피스는 대기업들과 협업에 초점을 맞춰 구글이 운영하는 조직이다.

많은 클라우드 프로젝트들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구호 아래 추진되고 있다. 데이터를 온라인으로 옮기는 것은, 상대적으로 쉬운 부분일 수 있다. 회사 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직원들을 교육 시키고, IT시스템을 조정하고 인공지능이나  데이터 분석을 사용하는 것은 보다 까다로운 단계들이라고 FT는 전했다.

칼스버그의 해이우드 CIO은 "진짜 일은 마이그레이션 후에 시작한다. 기업들은 기술 아키텍처를 다시 상상해야 한다.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기술을 개발하고 관리해야 한다. 그리고 IT 담당자들이 새로운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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